그래도 우리의 나날,
책을 다 읽고나서 제목을 다시 읽어보니 여덟글자에서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일본의 역사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학생운동이 일어났듯이 일본 청년들도 열심히 정치에 참여했었나보다,, 거기에서 상처받았던 사람들이 많았구나 정도로 이해했고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인 허무함, 공허함이라는 인간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책을 읽어나갔다.
사노 / 오하시 / 세쓰코 / 미야시타 등등
격동적으로 바뀌는 시대에 각각의 인물들이 어떻게 적응하며, 혹은 적응하지 못하며 살아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오하시의 시선으로 책이 독자를 안내하는데, 나는 사노와 세쓰코라는 인물에 많은 애정이 가더라.
우선 사노, 같이 학생운동 나갔다가 무력진압에 겁에질려 도망쳤던 자신을 평생 부끄러워하고 그 죄의식 속에 살아간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최선을 다했어, 괜찮아" 라고 편지를 읽으며 내내 말하고싶었다. 그 무거운 죄의식속에 살지 않았어도 됐는데,, 무서운게 당연한거야 라고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 날 이후로 평생을 자신을 배신자로 여기며 자기만의 감옥 속에 갇혀 산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세쓰코, 사노가 보냈던 편지를 읽은후로 자신의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품게된다.
오하시의 약혼녀로, 편지를 읽기 전에는 그저 흘러가는대로 좋은게 좋은거지 ~ 정도로 삶을 살아갔던 인물인데 편지를 읽은 후로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며 진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간다. 떠나기는 했지만 자신이 필요한 곳에 가기로 했다는 결정임에,,,, 완벽히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게되었다고는 못하겠다.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세쓰코는 진정한 사랑 불타는 사랑을 하고&받고 싶어한 것 같다. 그저 '세쓰코 정도면 괜찮다' 라는 생각으로 나에 대해 더 궁금해하지도 묻지도 싸우지도 않는 오하시의 사랑아닌 인간애말고 세쓰코와 약혼해서 결혼해 살아갈 '자신'에 집중하는 오하시 말고,, 그야말로 나란 사람을 궁금해하고 내 정신을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 같은데 오하시는 그렇지 않아 지속적으로 사랑의 목마름에 갈망하며 실망했겠지. 그러면서도 오하시가 잡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세쓰코를 안아주고싶다고 생각만한다. 나쁜남자..
이런점에서 세쓰코와 후미오의 관계를 보며 500일의 썸머가 떠오르기도 했다.
공허함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을보며 나는 어느 인물과 가장 비슷할까를 생각해봤는데, 오하시이기를 원하는 세쓰코인 것 같다. 오하시처럼 어느정도 현실에 적당히 만족하고 감성적이지 않게 살고싶은데 그러지못해서 동동 거리다가 결국 소극적으로나마 탈출구를 찾는 세쓰코.
기억에 남는 구절들
이성적인 오하시와 감성적인 세쓰코의 대화.
이성적인 오하시의 모습을 보며 동경해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너무 힘들었겠지,
"색채는 없지만 평온한 생활이었다. "
이 구절은 너무 아름답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반짝거렸던 별이 스르륵 사라지자 그 옆에서 다른 별이 깜박거렸다. ~ 나는 아, 저것이 사람의 생명이구나 하는 감상적인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저 별이 사라지듯이 생명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은 대체 무엇을 떠올릴까 생각했다."
죽는 순간 사람은 무슨생각을 할까? 나도 궁금하다. 가장 행복했던 때가 떠오를까 아니면 아쉬운게 떠오를까, 어느쪽이든 내가 하고싶지 않은 일인데 타의로 하는 행동은 없어야겠다.
'행복'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했던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절.
얼마전처럼 행복 행복 하며 늘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행복병에 걸린 것도 싫어하지만, 이렇게 행복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싫다.
그래서 나는 신조어인 "소확행" 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다. 행복은 절대 큰 것, 큰곳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고 일상에서 다가온다.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서서가는데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내리게되어 내가 앉게 된다거나, 문구점에 갔는데 900원짜리 맘에드는 스티커를 발견했을 때. 난 그때 넘 행복하다
"거의 영원이라고 해도 좋을 먼 옛날에 길을 떠난 별빛이 수십만 광년의 거리를 지나 이 지상에 내려오듯 찾아왔다."
장례를 위한 모든 의식은 죽은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산 자를 위한 것이다.
부터해서 구구절절 너무나 공감..
세쓰코는 오하시를 많이 사랑하지만 닿을 수 없는 그의 마음에 몇년을 울었을거다, 그치만 이것도 단순히 오하시의 잘못이라고 볼수 없다는 것. 허무함에 공허함에 빠져 그저 시간 가는대로.. 자신이 무엇이 문젠지 모르고 살아갔던 시대의 사람들이니까.
다른 사람한테 나 자신이 "나"가 아닌 "무"로 보인다는 것은 힘든것이야,,
이런 감정에도 정말 어쨌거나 "그래도 우리의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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